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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처럼 젖어서
1.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기록하려고 했으나, 포기했다. 이미 예전(?)지인들에게 노출된 블로그라서 자유롭지가 않다. 나는 요즘 매일매일이 버겁다. 그냥 인생이 그러려니 해도 참 지친다. 언제까지나 돈의 문제가 나를 늘 이렇게도 고달프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끔은 무력함을 넘어서 아득한 느낌이 든다. 10대때도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했고, 20대때는 늘 허덕였고, 30대때에는 대출의 늪에, 그리고 40대에도 50대에도.. 난 언제쯤 좀 여유롭고 풍요로운 느낌을 가져볼 수 있을까? 가끔은 아니 사실은 자주 독일에 유학 간 것을 많이 후회한다. 현실의 앞에서 내가 가졌던 꿈이라는게 참 사치스러웠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실리적인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모르겠다. 4-5년전으로 돌아가..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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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간
1. 방탄소년단의 신곡 알람에 맞춰 깨어났다. 새벽 5시. 먹고 살기 위해서 일어나지만 글쓰기도 좋은 시간이다. 베를린에서 온 친구 s가 요가매트 위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다. 새벽 1시간 넘도록 재잘거리다가 '잘자요' 란 인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귀엽게 코를 골면서 잔다. 하루를 열심히 산 사람의 꿀잠 같은거랄까? 나는 오랜시간 수면장애를 앓아왔고, 수면클리닉도 다녀봤고, 약도 복용해봤다. (지금은 asmr의 도움으로 꽤 나아졌다. )수면장애가 생긴것은 초등학교 5학년 즈음 35평 아파트에 할머니가 오면서다. 35평에 아파트, 방 3개, 화장실 2개, 거실+부엌의 공간에 살 수 있는 최대 인원 수는 6명이었다. 딸 두명씩 방을 쓰고, 엄마 아버지가 안방을 쓸 때까지는 우리는 살만했다. 그러나 큰언니의..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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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함부르크, 밥벌이의 굴레
3/29일 오전 11시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노버에 가기 위해서였다. 기차타고 가면서 전자책 리더기를 꺼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29일-30일을 오가면서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었다. 하노버에 들러서 일을 보고, 함부르크에 갔다. 오랜만에 먹는 통닭, 짬뽕, 불고기.. 먹고 카페에도 잠시 갔지만 시간이 없어서 테이크아웃했다. 좀 들뜬 나머지 신났는데, 그게 거슬렸던 한 동생과 지하철에서 싸우게 되었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시 함부르크에 오고 싶지 않아졌다. 물론 나의 사과로 마무리하긴 했다. 나는 갈등이 피곤하다. 그런데 마음을 쓸 에너지가 없다. 오는길에 와인과 메론 등을 샀다. 마음 통하는 J언니와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3월 30일 토요일 금요일의 여파때문인지, 일요일까지 있으..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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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리만 하다 하루가 간다.
정작 이곳을 떠나는 건 Y박사 언니인데, 내가 더 요란하게 짐 정리를 하고 대 청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 번째로 언니에게 물건을 오늘 받으러 가니 아직 정리가 덜 끝난 언니의 방은 오히려 평온(?) 해 보였다. 이번 주 내내 몸살이 걸릴 듯이 집을 치우고 분류하고 해체하고 박스에 라벨링을 하고 어디에 놓을지 보았다가, 다시 배치하길 반복했다. 문득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끝나고 여러 가지 공부 계획을 세웠는데 거의 온종일 청소와 정리에만 집착하고 이 좁은 공간에서 뭘 그렇게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하겠다고 며칠씩을 버렸는지.. 물건 없이 살다가 갑자기 몇 박스에 달하는 새로운 물건들이 생기니 혼란스러웠다. 생리를 하는 데다가 온종일 쓸고 닦고 정리하는데 힘을 쓰고 나니 탈진했다. ..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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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블로그를 시작하며
1. 블로그를 처음 시작 한 것은 십여년 전. 그때 나는 신림동의 작은 원룸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언니와 살고 있었다. 야자를 마치고 와서 12시에 자서 4시에 일어나 매일 모의고사를 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 4시. 동네 무당이 징소리와 함께 스산하고도 요란한 아침을 맞이했다. 주말에는 옆 방 고시생이 여자친구를 데려와서 하루에도 몇번씩 교성을 질러대며, 억눌린 젊음을 터뜨리기 바빴다. 참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방이 없었고 인구밀도가 높았기에 내가 우겨서 선택한 고3생활이었다. 당시에 나는 스트레스를 풀 통로가 없었고, 그때 시작 한 것이 네이버 블로그이다. 고3의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았을 때 시작한 블로그는 20대 초중반까지 열심히 글을 남겼다. 그곳은 소중한 공간이자..
2019.03.16